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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쿠, 사차원 직장동료와 친해지는 3가지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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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연세봄정신과
댓글 0건 조회 1,619회 작성일 20-11-04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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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쿠, 사차원 직장동료와 친해지는 3가지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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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_빅뱅이론의 쉘든(짐 파슨스) 



A군 인격성향 중에 분열성(schizoid)과 분열형(schizotypal) 인격성향이 있는데 (편집증 인격성향에 대해서는 이전 칼럼에서 언급하였습니다.) 이 두 가지는 유사하면서도 조금 다른 측면이 있다.

분열성 인격성향의 사전적 정의는 대인관계가 대한 욕구가 전혀 없고 타인을 기피하며 자신의 감정 표현이 거의 없는 극도로 내성적인 사람을 의미한다.
또한, 이들은 공상에 사로잡혀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남들이 자신을 칭찬하건 비난하건 전혀 관심이 없다고 한다.

<분열성 인격장애의 특징>
1. 가족 형성이나 결혼에 관심이 없다.
2. 언제나 혼자 있는 것을 더 편하게 여긴다.
3. 절친한 친구나 애인이 없다.
4. 타인의 칭찬이나 비난에 관심이 없다.
5. 거의 모든 활동에서 무관심하다.

즉, 간단히 말하자면 세상을 혼자 살아가는 사람들이란 뜻이다.
이들은 직장을 가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타인과 연결되어 일하는 것을 극도로 힘들어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혼자서 일하는 프리랜서나 자영업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남들이라면 힘들어할 하루 종일 혼자 있어야 하는 직업, 수학자, 천문학자, 등대지기 같은 일을 하는 경우도 있다.

혹자는 오타쿠, 히키코모리 등이 분열성 인격성향을 지닌 이들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고 한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사회적 고립이라는 공통점을 가지지만 그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감정적인 고립이다.
감정의 박탈과 피폐함은 표현의 저하와 정서적 빈곤함을 낳고 이들의 대인관계를 더 단절시키는 악순환을 부른다.
얼핏 보면 이들은 다른 사람과의 교감이나 유대를 전혀 원치 않는 것처럼 보이며 오타쿠들은 만화책과 게임, 인터넷과 유튜브만 있어도 충분히 행복해 보인다.

하지만 그 실상을 조금 더 들여다보면 그 만화나 유튜브도 결국 소통의 통로다.
자신들만의 세계에서 통하고 인정받는 기준이 엄연히 있으며 공감대도 존재한다.
어떤 만화는 인정하지만 어떤 작품은 인정 못한다거나, 게임 속 인물에도 호불호가 의외로 뚜렷한데, 이들은 자신과 취향과 사상, 정체성이 비슷한 누군가를 만나면 보통 사람보다 훨씬 강한 결속력과 유대를 보이기도 한다.
즉 친구를 만나고 싶은 욕구가 없다기보다는 친구가 되는데 무척 까다롭고 엄격한 기준이 존재하는 것뿐이다. 



빅뱅이론의 쉘든이 대표적인 인물인데, 쉘든은 천재적인 지능을 가졌음에도 감정적인 지능과 공감능력, 사회적 지능이 떨어지는 탓에 자신을 유혹하는 이성의 의도를 눈치채지 못하고 밤새도록 함께 기차모형 장난감을 갖고 놀며 상대방을 허탈하게 만든다.
또한, 그는 자신의 친구가 되기 위한 규칙을 주변 사람에게 강요하고 기준을 통과한 이들에게만 마음을 여는데, 이것은 쉘든에게는 정말 특별하고 간절한 친구시험이다.
크리스마스나 새해, 자신의 생일을 타인과 함께 축하해본 경험이 거의 없는 이들은 감정이 둔마되어있고 상실에 더 예민할 뿐 외로움을 피하고 싶은 마음이야 똑같다.
정말 백번 천번에 한번 없는 용기를 쥐어 짜내서 다른 사람에게 손을 내미는 것이다.

이들은 유명인이나 만화 주인공에 감정을 일부 동일시하여 자신을 구현화하고는 하는데, 상상 속의 자신을 악당이나 지질한 엑스트라에 투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주인공은 인기 많고 잘생긴 영웅이거나 항상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인물이다.
쉘든이 성인인데도 아더왕과 기사, 엑스칼리버, 히어로물, 스타트랙 같은 것들에 집착하는 이유는 그의 미성숙함이나 유아적인 성격 때문이 아니라 실은 타인과의 유대와 연결되고 싶은 욕망이 반영된 심리라 볼 수 있다.


분열성 인격성향과 분열형 인격성향은 사실 구별하기 어렵고 꽤 까다롭다.
분열형 인격성향은 분열성보다 조금 더 망상적이고 자신의 세계에 더 깊이 빠져있다.
분열성 인격은 대인관계 욕구가 없고 분열형 인격은 욕구는 있지만 능력이나 기술의 미숙함으로 대인관계에 실패한다는 견해도 있다.
좀 더 쉽게 두 가지를 구분하자면 분열형 인격성향은 조금 더 병적이고 치료가 필요한 개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사실 완전히 기준에 맞는 분열형 인격성향은 직장이나 주변에서 흔히 발견하기는 어려운데, 직장은 기본적으로 최소한의 사회화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조금 더 어린 나이, 중학교나 초등학교에서 흔히 얘기하는 ‘쟤는 정말 특이해 완전 사차원이야.’ 하는 아이들이 분열형 인격성향의 초기쯤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물론 이러한 성향은 나이를 먹고, 학년이 올라가는 사회화 과정을 거치면서 정제되고 희미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어떤 트라우마나 사건을 계기로, 예를 들면 왕따나 큰 질병들을 앓거나 하는 경우처럼 정상적인 성장과정에서 이탈하거나 공백이 생길 경우는 성인이 되어서도 이 분열형 인격성향이 유지될 위험성이 있다.

<분열형 인격성향의 특징>
1. 기묘한 믿음이나 마술적 사고, 미신이나 텔레파시, 육감이나 환상에 집착
2. 일상적이지 않은 지각이나 신체 경험을 자주 한다.
3. 상식을 벗어난 외모와 언행, 옷차림.
4. 관계사고와 망상적 사고

사실 성인이 되어서도 우리는 마술적 사고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돼지꿈을 꾸었으니 복권에 당첨될 거야.’ 같은 꿈의 해석이다.
그러나 실제로 돼지꿈과 복권당첨 사이에는 그 어떤 인과관계가 통계적 유의성도 존재하지 않는다.
스포츠 선수가 경기에 승리할 때까지 수염을 깎지 않는다거나, 검은 고양이를 보면 재수가 없다는 미신이나 징크스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마술적 사고를 그저 평범히 넘기지 않고 당위성을 계속 부여하다 보면 습관과 집착이 되고 이는 관계사고가 된다.

관계사고란 인과관계가 연관성이 전혀 없는 사건을 억지로 연결되어 생각하고 의심하는 것을 말한다.
지나가는 사람이 수군거리는 것을 보면 ‘내 욕을 하는 게 아닐까?’ 걱정한다거나 친구들이 모여 있으면 ‘나에 대한 험담을 하는구나’ 하고 걱정하는 것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관계사고의 빈도가 잦아지고 강도가 더 심해지면 이는 망상이 된다.
즉, 분열형 인격성향이 아주 심각해진 단계에 이르면 조현병으로 발전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들은 흔히 사회적으로 위축되어 있고 아싸(아웃사이더)의 삶을 살고 있다.
이들을 이해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시작은, 분열이라는 말이 자아와 본능 간 통합의 실패, 즉 자신의 정체성이 희미해짐으로써 타인과의 관계에 어려움이 생긴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다.
이들은 관계를 갈망하지만, 유년기나 그 이전 어머니에게 무언가를 받지 못했기에 성장한 후 타인에게도 애착을 얻는 것을 포기하기도 한다.
자신은 사랑받지 못할 것이라는 잘못된 확신 때문에 혼자 고립되기를 결정하는 것이다.

이들을 이해하기 위해서 영국의 대상관계 이론 학자들은 영아기의 기본적 믿음과 기본적 결함이라는 개념을 제시하였다.
이들의 선구자격인 페어베언은 분열성이나 분열형 인격을 가진 이들이 타인과의 관계 형성을 바라는 마음과 자신의 빈곤함이 타인을 결국 해치게 될 것이라는 두려움으로 인하여 자신을 고립시키는 쪽으로 도피를 한다고 판단했다.
‘내 욕망이 상대방을 실망하게 할 거야, 그러면 결국 그 사람은 나를 미워하고 버릴 거야.’ 하는 생각이 유기 불안을 낳고 애초에 혼자가 되는 것을 선택하게 된다는 것이다.
타인이 주는 위협과 공허감에 대한 불안이 무거운 나머지 이들은 자기 스스로를 격리하는 방어기제를 선택한 것이다.

분열성 인격의 성향, 오타쿠 같은 직장동료와 잘 지내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1. 평가하고 해석하지 않는다.

그들은 자신의 기준과 영역에 대한 훈수를 원하지 않는다.
‘그 나이 먹고 왜 아직도 만화책을 보는 거야?’ ‘게임은 시간 낭비 아니야?’ 같은 말을 한다면 영원히 이 사람과는 친해지고 어렵다.
이들에게 필요한 건 인내심 있고 공감적인 수용이다.
처음에 이들을 이해하기 너무 어렵다면 차라리 침묵하는 게 낫다.
그러면 최소한 적이 되지는 않는다.


2. 말보다는 행동으로 다가간다.

사회적, 정서적 위축감을 보이는 이들은 대화에 자신이 없다.
타인의 말에 적절한 반응을 보이는 것도 무척 고생스럽고 어려운 작업이다.
‘제대로 대화를 이어나가지 못하면 어쩌지?’라는 두려움과 저항감이 있다.
따라서 즉각적인 답변이 필요한 대화보다는 비언어적인 의사소통이나 행동이 이들의 긴장을 줄여준다.
편지를 써서 전해준다거나 작은 선물이나 간식을 주고받으며 간접적인 의사 전달을 하는 것도 좋다.
그들의 말과 행동에 긍정적인 제스처나 표정을 자주 보여주고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고 박수해주면 그들은 아주 오랫동안 당신을 잊지 않을 것이다.


3. 그들의 세계에 조금이라도 들어간다.

그들과 친해지고 싶다고 해서 섣불리 회식에 데려간다거나 다른 사람과의 모임, 동아리에 가입을 권유하는 것은 역효과를 낳는다.
반대로 내가 그 사람의 세계에 들어가야 한다.
그들이 좋아하는 게임, 만화, 스포츠의 아주 일부분, 예고편만이라도 관심을 가지고 교집합을 찾는다면 그들의 1차 심사는 이미 통과한 것이다.
이미 정해진 집단에 그들을 초대하는 것이 아니라, 나와 그들만의 새로운 집단을 만들고 그 안에서의 역동을 새롭게 형성해야 불안감을 주지 않는다.
또한, 처음부터 여러 명이 아닌 그 사람과 나 단둘의 모임으로 시작하는 것이 안정감을 준다.


그런데 우리가 이들의 방어기제인 회피와 격리에서 배울 점도 있다.
위니컷이라는 정신분석학자는 이들이 자신을 고립시키는 만큼 자신의 참 자기(true self)를 확실히 지키려고 애쓴다는 점도 지적한다.
우리가 직장에서 상사에게 아부하고 눈치 보고 항상 웃어야 하는 인위적인 대인관계를 위해 만들어낸 거짓 자기(false self)에 집착할 필요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위니컷은 건강한 발달에는 중간단계가 있으며, 우리는 이 단계에서 나를 만족시켜줄 대상 혹은 그렇지 못한 사람을 나누고 판별하게 되는데, 건강하고 적절한 거절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경험이라고 보았다.

항상 직장상사와 동료들의 눈치를 보고, 단체 카톡방에서도 무언가를 놓칠세라 실수할까 봐 불안해하며, 퇴근해서도 내 삶이 없는 일상을 보내는 이들이 얼마나 많을까?
인싸(인사이더, 아싸의 반댓말)가 되는 것에 집착하며 타인의 욕망과 관심을 쫓아가지만 피곤하고 정작 허무해지는 경험을 다들 해보지 않았을까?

모든 사람과 의사소통의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나의 참 자기(true self)를 잃어가면서까지 직장 내의 인간관계에 집착하며 일요일에도 상사의 전화를 받고 새벽부터 등산화를 챙기는 우리가 어쩌면 분열성 인격성향을 지닌 사람들보다 더 불안하고 미성숙한 모습이 아닐까?
이들을 보면서, 이들과 소통하면서 우리는 나와 타인과의 중간점을, 그 통합의 과정을 찾고 배울 수도 있다는 기대감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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